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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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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 나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7-11 09:40   조회: 2,648회

본문


연중 제15주일 나해 -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제자들을 양성하고 파견하신 일은 예수님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였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권한을 주신 다음 세상에 파견하시는 복음을 들었다. 부르심과 파견은 지금 우리에게도 반복된다. 예수께서 어떻게 부르시고 무슨 권한을 주시고 어떤 사명을 맡기며 파견하셨는지 살펴보면, 우리가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고 충실히 따를 길이 열릴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활동을 이어갈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훌륭한 자질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할 텐데, 복음은 제자의 선발 기준이나 자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다만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라고 전한다. 자격에 대한 언급이 없는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근본 자격을 보게 된다. 제자의 자격 요건은 주님을 받아들임 하나뿐이다. 능력이나 경력, 나이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주님께서 채워 주시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 즉 악령을 쫓는 능력을 주신다. 악을 극복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권한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주님의 권한이다. 교회 안에서 작은 봉사 직무라도 부탁하면 '능력이 없다, 자격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배운 게 없다, 혹은 내가 누군데 그런 허드렛일을 시키는가?' 등의 답변이 돌아올 때가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으시며 자격이나 능력을 문제 삼으신 적이 없다. 능력은 주님께서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일을 수행할 힘을 주지 않은 채 일만 시키는 악덕 고용주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복음을 선포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군말을 하는 것 아닐까?

예수께서는 이어서 제자들에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분부하신다. 효과적인 사명 수행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듯한데 왜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셨을까? 임무 수행에 필요한 모든 것은 주님께서 마련해 주실 터이니 아무런 준비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제자들이 할 일은 주님의 일이기에 주님이 책임지신다.

그런데 지팡이는 왜 가져가라실까? 몸을 의지하는 도구인 지팡이는 성경에서는 하느님께 의지하는 태도를 상징하고, 동시에 하느님의 도움을 의미한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시편 23,4)라는 말씀처럼, 어둡고 낯선 곳을 가더라도 하느님께서 지팡이가 되어 함께 계신다는 믿음이면 넉넉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팡이를 지니라고 말씀하신다.

끝으로 주님은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 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라고 이르신다. 제자들의 사명은 복음 선포인데 그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만일 사람들의 거부로 복음 선포가 실패하면 마치 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듯, 실패를 털어버리고 떠나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선교를 하고 그 결과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정성을 들였는데 아무 효과가 없거나, 힘든 봉사를 알아주는 이도 없고, 교회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실망하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한들 헛일이니 대충 신앙생활을 하자며 옆 사람을 부추기기도 한다. 발에 묻은 먼지를 털지 못하고 그 먼지 속에 헤매는 미련한 사람이다. 복음 선포의 열매가 제 것인 양 기대하다가 실망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선교의 결실은 제자 몫이 아니다. 다만 맡겨주신 사명 대로 복음을 선포할 뿐이다.

실제로 복음 선포가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첫 번째 독서에서 아모스는 회개하라고 외치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고 아모스를 쫓아낸다. 그러자 아모스는 자신이 직업적인 예언자가 아닌 시골 농부였다가 하느님께 사로잡혀 분부를 따를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외쳐야 하는 소명을 받은 사람의 전형이다. 두 번째 독서는 우리의 부르심이 천지 창조 이전부터 계획되었음을 전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영원한 구원 계획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불림을 받았다는 말씀이다. 우리의 소명이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인간은 아무도 자신을 스스로 창조하지 않았듯, 스스로 소명을 만들 수 없다. 오직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도록 만들어졌기에 그러한 창조 목적에 따를 때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가 드러난다.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복음 말씀을 들으며 김 선영 요셉 신부님이 떠오른다. 그분은 1897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인 1923년 사제 서품을 받으셨다. 뛰어난 인품과 높은 학문으로 서품 후 용산 신학교에서 라틴어 불어 등을 가르치다가 일제의 핍박을 피해 만주로 떠난 교우들을 위해 사제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만주에 선교사로 떠나신다. 그곳에서 조선인과 만주인을 위해서 열심히 사목하던 중, 1945년 중국이 공산화되고 박해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만주를 탈출했지만 김 신부님은 목자가 양 떼를 버릴 수 없다고 본당을 지키다가 체포되셨다. 교황님께 충성하지 말고 중국 정부에 충성하면 교구장 주교를 시켜주겠다는 공산당의 유혹을 거부하자 25년간 투옥과 강제노동의 처벌이 내려졌다. 겨울에는 손발이 얼어 터지는 추위, 여름에는 무더위에 질식사가 발생하는 옥중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25년 만에 석방되셨다. 그러나 옥고와 강제 노동으로 인한 결핵, 천식, 영양실조 등으로 고통을 밭으시다가 1974년 12월 12일 만주서 별세하였다. 그 사실조차 잊혀졌다가 김수환 추기경님의 주선으로 1987년 5월, 만주로 파견된 지 57년 만에 고향에 유골로 돌아와 용산 성직자 묘지에 안치되셨다 김 신부님은 2013년에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되었고,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에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 때문에 김선영 신부님은 이 같은 고초를 겪어야 했을까? 주님께서 부르시고, 복음을 선포하라고 파견하셨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고초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 하신 주님께서 지팡이가 되시어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 주님 품에 계신다. 그것이 제자들을 조건 없이 선발하시어 당신만을 지팡이로 의지하고 떠나라는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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