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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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간 토 -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저희가 가서 그것(가라지)들을 거두어 낼까요?"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공동체에나 개인의 내면에나 밀과 함께 가라지가 자라듯 선과 악이 공존한다.
악을 제거해서 선만 남기고 싶은데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 모르니 그냥 두라고 하신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농사방식에 따르면 밀의 뿌리와 가라지의 뿌리가 한데 엉켜있었기에
한창 밀이 자라는 때에는 가라지를 뽑지 않았다고 한다.
공동체 안에는 언제나 결백한 상태를 원하는 엄격주의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모든 죄인을 단죄하고 추방하려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엄격한 완벽주의에 찬성하지 않으신다.
악인의 제거는 사람의 일이 아니라 추수할 때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형편없어 보이는 악인도 사실은 훌륭해 보이는 선인과 뿌리가 얽혀 있지 않은가?
인간 내면에도 자신의 모든 잘못을 단죄하고 퇴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내면의 가라지들을 용서하지 못하면 자학이나 자해 혹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 태도의 이면에는 자기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자만이 감춰져 있다.
밀뿐 아니라 가라지까지, 우리의 선함뿐 아니라 악하고 나약한 모습까지 주님께 맡길 때,
자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려는 내적인 강박관념이나 완벽주의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곳이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