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간 금요일
본문
연중 제32주간 금 -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예수님 시대에 이스라엘은 바빌론 - 페르시아 - 그리스 - 로마로 이어진 제국의 식민지 치하에서
지속적인 수탈과 탄압에 더하여 부패한 정치, 종교 지도자들로 인해 절망하던 때였다.
당시 선량한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질 종말, 혹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갈망이 대단했고,
그러다 보니 종말에 관한 갖가지 형태의 예언이 난무하였다.
이 상황에서 예언자로 보이는 예수님께 사람들은 종말의 징조에 관해 질문드렸다.
예수님의 답변은 노아(창세 6-8장)나 롯(창세 19장) 때에 벌어진 홍수, 유황, 불벼락 등 파멸 경고다.
예수께서 예로 드신 "노아 때와 롯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그 시절에 멸망의 순간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다.
일상적인 모습이다.
종말은 일상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달라졌다.
하느님을 잊고 자기 생각에 따라 일상을 살아간 이들에게는 홍수나 불과 유황은 재앙이었고,
일상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마주하던 노아나 롯에게는 구원이었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매일의 일상을 종말의 순간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먹고, 자고, 일하는 일상에서 하느님 현존을 의식하라는 호소로 파멸을 경고하신다.
하느님 나라는 경고 없이 온다는 것이 가장 큰 경고다.
경고 없이 오기에 언제나 어디서나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 여기'가 은총의 시간이요,
준비 없이, 하느님의 현존을 떠나, 사랑 없이 먹고 마신다면 '그날 그때'는 상실의 시간 아닐까?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살리다"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은 "탄생시키다"라는 뜻으로 새 생명을 의미한다(주석성경 참조).
하느님 말씀이 아닌 자신의 본능에 따르던 롯의 아내는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다가 자신을 살리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사람들이고,
자신이 아닌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던 노아나 롯은
자기를 버리고 주님 안에서 새로 탄생하는 이들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