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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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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강림 대축일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0-05-31 10:43   조회: 3,443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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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강림 대축일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  

오늘은 성령께서 내려오심을 기념하는 성령강림 대축일이다. 어떤 면에서 구원의 역사는 강림(降臨) 곧 내려오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성부께서는 모세와 예언자들에게 내려오셨고, 성자께서는 사람이 되시어 땅으로 내려오셨고, 오늘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오심으로써 하느님의 강림 역사를 완성하신다.

성령께서 내려오시는 장면을 전하는 첫 독서는 상징을 통해 성령 강림의 뜻을 전한다. 사도행전에 의하면 "오순절이 되었을 때 사도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라고 한다. 즉 성령께서는 바람처럼, 불꽃처럼, 혀의 모양으로 내려오신다.

먼저 "바람"처럼 오시는데, 바람은 곧 숨을 의미하고 숨은 성경에서 숨 쉬는 이의 영을 상징한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의 숨이 닿자 진흙으로 만든 사람이 숨을 쉬기 시작하였듯, 하느님의 영에서 인간의 생명이 시작된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성령을 받아라"라고 이르신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당신의 숨, 당신의 기운이 우리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시는 성령이시다. 사는 것이 생기를 잃고 숨이 막힐 듯 힘이 든다면, 세상 돌아가는 것이 기가 막힐 듯 갑갑하다면, 그때야말로 하느님의 영이자 예수님의 숨인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시길 청할 때이다. 내 힘으로 살기에 숨이 차고 기가 막히게 힘들지만, 하느님의 숨을 받아 예수님의 기운으로 성령 안에 살아가면 삶은 생기 넘치게 되고, 세상은 살맛 나는 곳으로 바뀌며, 인생은 신명나는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러기 위해 내 힘으로 살려는 우리 자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내 안의 좌절과 분노를 불태워버려야 한다. 성령은 "불꽃"의 모습으로 오신다. 성경에서 불꽃은 모든 것을 정화시키는 힘이자 어두운 곳을 밝게 하는 빛이고 가슴을 관통하는 사랑을 상징한다. 과학 기술은 발전하여 경제가 성장했다지만 사람 사이에는 제 생각만 하면서 냉기가 흐르는 야박한 세상, 저 살자고 남 죽이면서도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어둡고 냉혹한 세상에서, 탐욕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다 불태우고 깨끗이 씻어주는 불꽃으로 성령께서 임하시길 간청하자.

내 욕심만 차리는 자신을 불태워 버리고 따뜻한 빛 속에서 '내가 아니라 주님이 하십시오' 하는 마음으로 성령을 기다릴 때 성령은 "혀"의 모양으로 오신다. 혀는 말할 때 사용하는 신체의 일부로써 성경에서는 말씀의 상징으로 본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다. 성령이 혀의 모양으로 오셨다는 표현은 곧 성령께서는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영으로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 말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내려오심을 의미한다. 참으로 말이 많은 세상이다. 말로써 삶의 용기를 주는가 하면,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말 많은 세상에서 무엇이 나의 삶을 구원하는 말씀일까? 진리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사랑의 말을 서로 나누도록 혀의 모습으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시기를 간청하자.

성령이 오시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성령을 받아 제자들이 말하자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듣고 어리둥절해하였다." 소통의 놀라움이 성령 강림의 결과였다. 현대 사회는 단절의 사회라고들 한다. 젊은이들이 쓰는 말을 노인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아내의 한탄을 남편이 알아듣지 못하고, '을'의 소리를 '갑'이 외면한다. 한쪽에서는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짓누르니 그 결과 못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소음만 가득한 불통의 세상에 성령께서 오시면 서로 서로 알아듣는 소통이 이루어진다.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 성령강림의 기적은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까? 소통은 마음을 열고 들으려 할 때 시작된다. 성령께서는 열린 마음에만 오실 수 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허물을 용서할 소통된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이르신다.

성령은 어떻게 움직이시는가? "은총의 선물은 여러 가지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라고 바오로는 전한다. "성령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다. 언제나 같은 형태로 내려오지만, 논에 떨어지면 벼를 튼튼히 자라게 하고 밭에 내려서는 야채를 키우고, 산에 내린 비는 숲과 나무를 자라게 하고 강과 바다로 내린 비는 물고기를 자라게 하듯, 성령께서는 우리 각자를 서로 다르지만 제 모습대로 자라나서 한 생명 안에 엮어준다. 어떤 이에게는 자비심을, 어떤 이에게는 용기를, 어떤 이에게는 절제를, 어떤 이에게는 지혜를 각기 필요한 만큼 주신다."(예루살렘의 성 치릴로) 그러기에 나와는 다른 남은 비난거리가 아닌 존중할 특성이다. 그렇게 주신 선물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바오로는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라고 일러준다. 서로 다른 각자의 독특한 역할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이다.

내 힘으로 애써서 혼자 잘 살아보려는 노력은 늪처럼 점점 근심 걱정으로 우리를 빠져들게 한다. 가득 찬 근심 걱정을 이제 성령께서 불길로 태우시고, 두렵고 부끄러운 우리 죄악을 세찬 바람으로 쓸어버리시고, 그 빈 존재를 부활하신 주님의 영으로 숨을 불어넣으시며, 서로 소통하는 혀와 같은 말씀으로, 성령으로 채우시길 기도하자.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 (화답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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