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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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말씀에 등장하는 "의로운 일"이란 예수님 당시 유다교에서 "자선, 단식, 기도"의 실천을 지칭한다.
세 가지 사항은 그리스도교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신앙 실천으로 간주되었다(테르툴리아누스).
그런데 실천 동기에 따라 위선자의 헛수고가 되기도 하고 하느님께서 반기시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자선, 단식, 기도"가 헛수고가 되지 않을 관건은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와의 관계다.
"자선, 단식, 기도"를 남에게 보이기 위해 드러내고 행한다면,
남들의 평가는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고 그런 행위는 결국 자기만족으로 끝나 버린다.
자기만족에 취한 이에게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는 계시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기도나 자선이나 단식이 되고 만다.
"자선, 단식, 기도"를 사람들은 모르고 하느님만 아시게 행한다면,
남들의 평가에 따른 자기만족이 아니라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기뻐하신다.
그때 나를 두고 기뻐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에 나도 참여한다.
하느님과의 친교, 하느님과의 일치 속에 하느님 아버지가 주시는 빛과 생명에 들어가게 된다.
"사랑은 덕행이나 인간의 평가와 비교될 수 없다.
말 그대로 사랑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데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랑은 곧 자신의 덕행이나 타인의 평가조차 잊어버려야 한다." (디트리히 본 회퍼)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여기서 골방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막아주는 외적인 골방만이 아니라,
내가 기도할 때 숨어들어야 하는 내적인 골방도 의미한다.
그것은 마음의 골방이다.
참된 기도는 내 마음의 숨겨진 골방에서 이루어진다.
거기서 나는 하느님과 하나다.
거기서 나는 하느님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느님 안에 존재한다.
여기에 기도의 신비가 있다." (안셀름 그륀)